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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

풀꽃같은

by change23 2006. 8. 23.




풀꽃 같은

뜰로 나간 왕은

꽃과 나무들이 죄다 시들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.

그래서 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,

떡갈나무는 자신이 소나무처럼

키가 클 수 없기 때문에 죽어간다고 했고

소나무는 자신이 포도나무처럼

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시들어간다고 했으며,

포도나무는 자신이 장미나무처럼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그런다고 대답했다.

그때 왕은 그 가운데서도

맘껏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풀꽃 하나를 발견했다.

왕이 그 이유를 묻자 풀꽃이 대답했다.

"당신이 절 심으실 때 맘껏 편히 잘 자라라

하시면서 심으셨기 때문이죠.

그러니까 전 저 자신일 수 있었죠.

저 자신으로 살 수 있었어요."

- 박상준의 '동냥그릇' 중에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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